취업공부/통계학

[통계학, 빅데이터를 잡다] 독감을 피하고 싶었어

Student9725 2019. 9. 3. 15:04

여행을 가서 4인실 게스트 하우스에 숙박하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자 주변에 마스크를 하고 콜록이는 사람이 보인다. 독감에 걸렸다고 의심된다. 괜히 저 사람과 접촉에 의해 감기가 옮지 않을까하는 조심스런 마음이 생겨 옆방으로 도망간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옆 방의 청결상태가 있던 방과 비슷하기 떄문이다.

 

문득 궁금증이 든다. 내가 조금 전 만난 독감에 걸린 사람이 아프게 된 원인이 과연 독감을 가진 다른 사람과 만나서 였을까? 아니면 원래 있던 방의 청결상태 떄문이었을까? 만약 원인이 전자라면, 나는 옳은 판단을 한 것이고, 후자라면, 더 깨끗한 방이나 다른 숙박시설로 옮기지 않는 한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19세기 말. “왜 질병이 생기는가?”라는 질문이 서양 의학의 중요한 관심사였다고 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어떤 인자가 있어 그 인자를 가진 사람과 접촉하면 병이 퍼진다고 주장한 감염설과 오염된 생활환경 떄문에 질병이 생긴다고 주장한 장기설이 대립했다.

 

이 대립의 배경엔 18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인한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농민들이 도시로 몰리고 노동자와 빈민이 되면서 열악한 생활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미 1800년 전후부터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시행한 통계조사 데이터가 있었다. 19세기 말 장기설이 질병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사회개혁 운동가들은 상하수도 시설이나 주거공간의 환경을 개선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감염설보다는 장기설을 적극 옹호한 사람 중 하나는 나이팅게일이었다. 그녀는 야전병원의 데이터를 가지고 당대의 통계전문가들과 교류했다. 결국 사망원인에 따른 사망자 수를 그래프에 보기 좋게 표현하여 왕실과 의회를 설득했다. 야전병원의 환경개선으로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게 되었다. 사회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체계적인 간호학교가 세웠고 군대와 민간병원의 환경도 개선하기 시작했다.

 

독감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사실 최근 유행하는 질병 중 감염병이 주요 사망원인이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심장병이나 암과 같은 만성질병이 사망원인으로 꼽히며 그 원인은 흡연, 식습관, 운동부족 등이다. 이제 장기설은 이제 힘을 잃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흡연, 식습관, 운동부족 등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자주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건강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있다. 어찌보면 19세기의 사회구조와 여전히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말라리아의 원인은 모두 규명되었지만 세계보건기구의 발표를 보면, 매년 수백만명의 사람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현미경 앞에 앉아 바이러스만 찾는 것이 건강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비책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