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감기] 귀납법의 철학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연역법의 사례다. 학창시절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전국의 국어학원과 과학학원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소크라테스를 죽일 것이다. 그런데 이 예시는 왜 항상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만 죽일까?
소크라테스는 예시에서 활용되는 것과는 반대로 연역법보다는 귀납법을 중시했다. 연역법을 중시한 사람은 오히려 플라톤을 통해 소크라테스와 철학적으로 연결되는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아리스토텔레스와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연역법과 귀납법은 철학적 배경에 의해 탄생했다.
그 배경은 ‘설득’이었다. 쉽게 말해 연역법과 귀납법은 설득하는 두 가지 방법인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알고 있는 것에서 모르는 것을 말하기 위해 사용한다. 연역법은 추상적인 전체적인 원리를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시키는 방법이다. 귀납법은 구체적인 사례를 모아 전체적인 원리를 말하는 방법이다. 둘 다 일상생활에서 잘 쓰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M교수님은 시험을 어렵게 낸다’는 전체적인 성질을 보고 ‘중간고사는 어렵겠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연역법이다. 반면 ‘1학기, 계절학기, 2학기 때 교수님이 나에게 총을 쏘셨군. 후배들에게 F 폭격하신다고 말해줘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귀납법이다.
근대 유럽으로 넘어가보자.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문구로 유명한 자신의 책 <성찰>에서 관념론을 설명한다. 관념론은 연역법을 발전시킨 것이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실험과 관찰에서 얻은 사실로부터 보편적인 원리를 찾아내려 했다. 이것이 귀납법을 발전시킨 경험론이다.
연역법과 귀납법, 두 방법은 모두 각각의 약점이 있다. 연역법은 가정이 잘못되면 결론이 잘못될 수 있고, 귀납법은 모든 사례를 검증하거나 증명하지 않으면 결론이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 연역법은 방법의 한계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귀납적 사고의 방법과 한계를 알면 왜 많은 통계 교양서나 기초적인 교과서가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들을 보면, 크게 자료의 요약, 확률분포, 추측통계학 3가지 파트로 책을 구성한다. 자료의 요약은 측도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다른 글에서 자세히 씀)
마지막 추측통계학의 핵심 내용이 ‘가설검정’이다. ‘가설검정’이란 현재 지식수준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지식을 발견했다고 설득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의 핵심은 현재 지식수준이 틀릴 가능성이 얼마인가 말하는 것이다. 틀렸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대다수의 논문들은 95% 유의수준과 유의확률을 비교한다는 고급진 용어로 말한다.
각각의 현상마다 분포가 다르고 다양하게 흩어진 정도가 다르므로 분포도 함께 알아야 확률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래서 확률 분포도 함께 배우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면 놀라운 현상을 알아낼 수도 있다. 통계학은 귀납법과 경험론의 사고방식을 ‘가설 검정’의 형태로 이용한다. 앞에서 말한 현재 지식수준보다 한 단계 더 나은 지식을 발견했다고 설득하는 과정을 어려운 말로 논문이라고 한다. 대다수 논문들은 ‘가설 검정’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지식의 진보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책 <지식의 반감기>에서는 지식의 생성, 소멸, 발전의 정도에 규칙성이 있는지 알아본다. 그 기준으로 평균적인 논문의 인용 기간을 사용한다. 결과는 지식의 생성, 소멸, 발전의 정도에서 수량화된 규칙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창안한 귀납적 사고방식이 현대의 최신 지식이 얼마나 잘 갱신되는지 설명해주는 셈이다. 재밌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