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쓰는 법] 서평의 전제
작가는 서평의 목적과 태도가 서평을 쓰기 위한 독서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왜 읽는지 생각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건 다양한데요. 인격의 성숙을 위해, 정보의 습득을 위해, 자기 과시를 위해서 읽기도 합니다.
서평자는 이 목적에 따라 무엇을 소통하려 하는지가 달라집니다. 최소한 특정 작가나 특정 장르, 특정 주제나 특정 형태의 책에 대한 애정 또는 분노를 가집니다. 어느 정도 감정을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죠. 감정을 동력으로 삼을 때 주의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분노로 두개골을 열어젖혀도 그 안에 근육밖에 없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우선 문법과 언어의 기본 수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또한 문자를 넘어서 그 맥락을 파악하고 저자의 심층 의도를 이해할 수 있는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해당 도서가 자리하는 맥락(전공)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합니다. 내 마음의 도서관 혹은 인덱스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서평을 쓰는 사람은 책을 공감하는 동시에 비판하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 책에 흠뻑 빠지는 동시에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이란 '분류하고 분리하고 구별하다'라는 헬라어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반대와는 다르죠. 예시로, 양자오라는 중화권 지식인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비판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프로이트를 부정하는 것은 프로이트를 긍정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짓을 해버려도, 그가 지닌 역사적 사실의 중요성은 부정되지 않는다. 더욱이 그를 부정하면 내게 주어진 질문에 답할 기회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양자오는 이러한 비판적 태도를 바탕으로 <꿈의 해석을 읽다>라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서평은 정치적입니다. 정치는 적과 친구만 존재합니다. 서평 작성의 첫 단계는 서평의 기본 입장을 적으로 할지 친구로 할지 하나를 택하는 겁니다. 이것은 책과의 대화 또는 토론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적에게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있고, 친구에게도 지적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적과 친구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수단으로 요약이 있습니다. 요약이라는 레일 위에 평가라는 열차를 놓는 셈입니다.
적과 친구를 균형있게 대하려면, 좋은 질문이 있어야 합니다. 질문은 목적에 따라 나옵니다. 질문 내용이나 질문 제기의 방식, 주제에 대한 지식에서 답을 얻습니다.
적절한 질문을 하려면 균형 감각과 해당 주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주제에 대한 지식이 얕고 좁다면 질문은 그만큼 부실해지겠지요. 기독교인이라 해도 <성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성서>에 대한 그의 질문은 함량 미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질문을 하려면 공부해야 합니다. 실은 공부한 만큼, 충분한 선이해를 형성한 만큼 해당 책과 비판적 거리를 둘 수 있고 책의 맥락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요는 공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평을 쓰려면 공부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