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서울로 가는 밤 8시 10분에 출발한 고속버스 안. 모두가 네모난 불빛을 쳐다본다. 나도 네모난 불빛을 쳐다본다. 아니, 네모난 불빛들이 우리를 본다. 우리는 디지털과 함께 이동했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램과, 누군가는 페이스북과, 누군가는 넷플릭스와, 누군가는 다음 뉴스와, 누군가는 유튜브 음악과 함께 서울로 왔다. 우리의 시간은 디지털과 함께했다.

 

나는 서울과 대전을 자주 왔다갔다한다. 고속버스 한번 당 평균적으로 2시간 20분. 1회 왕복 당 5시간을 쓰는 셈이다. 한달에 4번 이동하면 20시간. 거의 하루다. 한달마다 최소한 하루가 디지털에 투자되곤 하는 셈이다. 문득,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시간들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인생학교 - 시간>에서는 이 문제를 다룬다. 디지털 문명은 우리 곁에 등장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우리의 삶도, 관계도, 시간까지도 크게 바꾸었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 앞에 놓여있고, 역으로 우리의 정보도 다른 사람에게 너무 많이 공개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디지털 세상을 현명하게 다룰 수 있을지 고민한다.

 

 

 

20쪽

 그렇다면 디지털 세상 속에서 그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 답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깊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그리고 우리 시대에 펼쳐진 가능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잘 살아남는 문제를 풀기 위해, 나는 서로 얽혀 있는 두 가지 의문의 답을 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첫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개인으로서'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둘쨰,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타인과 최대한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사회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두 의문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생활속에서 도구들을 대하는 태도다. 도구들에 'yes'뿐만 아니라 'no'할 줄도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개인의 정체성, 프라이버시, 커뮤니케이션, 관심사, 그리고 이런것들에 대한 규제는 21세기 새로운 차원의 집단생활과 개인적 경험을 어떻게 조화시키는지에 관한 문제다. 실제의 나와 다른 사람이 알고 있는 내 모습 사이에서 균형잡기, 다른 사람과 내가 공유한 것들과,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들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 생각해 보던 중, 유튜버 김겨울님이 떠올랐다. 김겨울님은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다. 최근 그 분이 한 한 인터뷰를 봤다. 최근 발간된 책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기념하는 북토크였다.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서 매우 어려운 책을 읽기도 하고, 유튜브로 소개하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는 책을 남겨두는 모습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기자신의 모습을 지키는 방법이란다. 참 똑똑하신 분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시간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  <인생학교 - 시간>은 먼저 미디어의 발달 역사를 소개한다. TV, 라디오를 거쳐 점점 더 가파른 속도로 스마트폰까지 도달했다. 도구의 변화는 도구의 성능만의 변화가 아니다. 도구와 관계된 경험도 함께 변한다. 역사를 생각한다면, 연결된 디지털 미디어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대신 작가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상태를 두 가지로 진단해 볼 것을 권한다. 

 

34쪽

 이제 우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연결된 상태wired state'와 '연결이 끊어진 상태unwired state'로 존재하고 있으며, 그 둘 중 어느 한 방식을 비난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각 방식마다 생각과 행동에 대해 서로 다른 가능성을 대변하기 떄문이다. 차라리 각 방식이 우리가 사는 데 어떤 부분에서 더 유용할지 따져보는 편이 현명하다. 그리고 그 점을 자문해보는 습관을 들이고,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또한 각 방식을 우리의 생활 양식에 효과적으로 편입시킬 방법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와이어드' 된 삶을 최대화 시키는 법은 쉽다. 세계의 집단 지능에 접속해서, 인류가 축적한 지식의 방대함 또는 가벼운 가십거리나 소문을 검색하는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상태 업데이트도 하고, 친구가 올린 링크에 들어갔다가, 어떤 책이나 영화 토론에 끌려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1시간이 뚝딱 사라진다. 어찌보면 페이스북의 경험은 독서와 그 본질이 비슷하다. 독서는 어떤 책이 나에게 읽을 만한 것인지 따지는 기준상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사람과 같은 책을 읽고, 어쩌면 같은 방식으로 읽고, 차례대로 읽는다. 이 때 내 경험의 본질은 뭘까?

 

59쪽

 정작 필요한 핵심은 '내가 어떤 식의 만남과 상호작용을 겪게 되었는가'이다. 내가 그 시간 동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동기로 그런 일련의 과정을 이어나갔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어야 한다. 내가 1시간 동안 온라인상에서 다른 수십 명의 사람들과 함꼐 새로운 소식과 의견을 나누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느낀 감정은 그날 나머지 시간까지 나의 기분에 영향을 끼치기 십상이다.

 

랜선을 끊으면, 우리의 독창성과 신중함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대중에게 평가받을까 두렵지 않으니까. 나 자신과 내가 지켜야할 가치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알랭드 보통은 이러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오전 중에는 이메일 보내지 않기, 회의나 식사 떄는 전화기 끄기, 몇 시간 동안 전자 기기 사용하지 않기, 누군가와 20통의 이메일을 주고 받는 대신 직접 만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우리 삶의 두 가지 세상을 어떻게 활용해야, '깊이 있는 삶'이 가능한지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블로그 이미지

Student9725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

,

크게 독서를 독서 전, 독서 중, 독서 후로 구분해서 생각

 

독서 전 독서 : 책의 전체상을 머릿속에 그리며 이해

 

표지 -> 저자 -> 머리말

 

1. 표지

1> 제목에 대해 질문하기(눈으로 볼 수 있도록 쓰기)

2> 무지함과 마주하기(자신이 던진 질문에 알고 있는지 체크) -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구분, 호기심키우기

3> 표지에서 답 추론하기 카피와 문구 등으로 책의 핵심 내용 살펴보기

 

2. 저자

행동심리학 연구자와 아들러심리학 연구자는 주제나 내용이 다르며, 전문가가 아닌 심리학 책은 또 다르다. 저자의 사상, 경험, 지혜, 지식을 살펴보기

 

3. 머리말 = 한 장짜리 기획서 건축설계도와 같다.

예상 독자 : 누구를 위해 썻는가?

배경 :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나?

주제 : 이 책을 한마디로 하면?

주장 :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기타내용 : 책의 구성, 읽는 방법 등

 

독서 중 독서 : 책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며 독서

 

목차 -> 내용 -> 정리

 

1. 목차

1> 목차가 구성되는 원리 : 질문 -> 항목(각색) -> 목차

필자가 궁금한 질문과 독자가 알았으면 하는 질문 -> 질문을 항목으로 만들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각색 -> 장과 절을 분류하여 목차로

2> 목차를 기억하는 방법 : 목차의 내용을 스토리로

 

2. 내용

1> 핵심을 파악하는 방법 : 목차가 어떤 질문에서 만들어졌는지 생각. 핵심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내용을 대응시켜, 검색하듯 찾기

2> 검색하듯이 내용을 찾자

3> 맵핑하듯이 정리하자 : 독서 내용을 마인드 맵으로 정리

 

3. 정리 : 여백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

 

독서 후 독서 : 책의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는 마지막 단계

 

1. 한 페이지로 정리하기

 

한 페이지로 정리, 몰랐던 내용을 기록해서 자산으로 만들기

책을 읽게 된 동기, 도서정보, 책 내용(줄거리), 인상 깊은 구절,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이나 느낌 등으로 구성

 

크게 2가지 활동, 서평과 독후감 작성. 독후감은 주관적인 느낌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개인적인 글이며, 서평은 이러한 감상을 객관화하여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공론화

 

2. 독서모임에 참여하기

 

3. 독서리스트 작성하기

장르, 제목, 저자, 시작일, 완료일 기록

 

블로그 이미지

Student9725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

,

알랭드 보통은 이 책에서 우리 모두가 관심이 있지만, 우리 모두가 침묵하는 한 주제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7쪽

섹스 문제에 관한 한, 대다수는 자신이 '아주 이상하다'는 쓰라린 생각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 품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섹스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 주제를 다루기 전에, 잠시 섹스에 관한 다른 책을 살펴보자. 많은 섹스에 관한 책들이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행동을 설명한다.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대 인류에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강간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현대 여성이 호르몬 변화에 따라 아버지와 연락빈도가 줄어드는 데이터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생학교 - 섹스>는 정 반대로 나아간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었다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에 의문을 던진다. 진화생물학은 섹스의 존재 이유는 설명하지만, 우리가 왜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지 행동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안으로 철학적, 심리학적 접근을 제시한다.

 

유년기부터 성장과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태어나서 발가벗은 몸으로 어머니의 살을 파고들며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어머니가 옆에서 필요하던 것을 잔뜩 챙겨주는 시기가 지나면 변화가 닥친다. 우리의 몸은 더 이상 남을 기쁘게 해주지도 못하고, 함부로 내보여서도 안된다. 신체가 성장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신체접촉을 점점꺼리게 된다. 이제 학창시절이 된다.

 

36쪽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점차 우리의 존재 자체에 흐뭇해하는 마음이 시들해지고 우리가 뭔가를 잘해야 열광해준다. 이제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우리가 '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셈이다. 예전의 선생님들은 뭘 그린 건지 알아보기도 힘든 무당벌레 그림이나, 아무렇게나 휘갈겨놓은 만국기 그림을 보고도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지만, 이제는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만 칭찬해준다.

 

 

 

 

이후에는 어떨까? 온갖 조언을 듣게 되고, 사람들은 경제적 자립에 따라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는 옷과 헤어스타일에 돈을 써야 하고, 우리 스스로를 점점 부족하고 어설프며, 부끄러움과 불안감을 잔뜩 가진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있는 그대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 자신의 살 냄새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욕구로 인해 우리의 열망이 생긴다고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연애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키스 단계, 수치심을 접는 단계인 옷 벗기 단계, 확실하게 확인 받는 흥분 단계, 사랑을 확인 받기 위해 무례하게 행동하는 단계, 선량함을 확인 받기 위한 페티시즘, 유토피아에 들어가는 것 같은 오르가즘이 그것이다.

 

책에선 단계 단계마다 철학적, 심리학적 가설과 설명들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해준다. 이 글에서는 수치심을 접는 옷 벗기 단계 내용 일부만 소개한다. 다른 썰들에 대해서는 직접 읽어보시도록!

 

 

마사초, '낙원에서 쫒겨나는 아담과 이브', 1427년 작품

 

44쪽

 수치심은 사춘기부터 생겨난다. 몸이 성숙해져서 육체적으로 섹스를 할 수 있게 되면, 아무한테나 함부로 몸을 노출시켰다간 음탕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면 이떄부터 분열이 시작된다. 사람들 앞에 보이는 평범한 모습의 자아와, 성욕을 품고 있는  내밀한 모습의 자아로 분열되는 것이다. 성적 판타지에서부터 다리 사이의 그곳에 이르기까지, 성인이 되면서 갖게 되는 본성과 관련된 것 대부분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좀처럼 나눌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46쪽

 지금 침실에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각자가 내밀하게 간직해온 성적 자아들이 마침내 죄스러운 고독에서 벗어나, 서로를 받아들이는 행위인 셈이다. 두 사람은 무언가 합의를 한다. 각자의 신체형상과 육체적 열망이 놀랍도록 별나더라도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그리고 한때 너무나도 수치스럽게 여겼던 것들을 수치심 없이 받아들이기로.

 

 

 

 

여러 단계마다 설명을 보면 의문이 든다. 상대방과 고독과 소외가 극복되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인 섹스. 이게 대체 어떤 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섹스의 문제는 매우 길게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섹스 이후의 일상은 섹스와 현격하게 대비된다. 몇 분 전까지 연인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려고 열중하려고 했던 모습은 일상적인 관심사와 단절된 듯 보인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섹스를 다른 관점, 심리적인 측면으로 주목하면서 출발 할 수 있다.

 

70쪽

 우리의 흥분은 천박한 생리학적 반응이 아니다. 특별한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되는 엑스터시다. 그 특별한 누군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을 어느 정도 가라앉혀줌은 물론이요, 공통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을 나누는 것까지도 함께 꿈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다음 글은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끌릴까'라는 주제로 '누군가'에 주목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블로그 이미지

Student9725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