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드 보통은 이 책에서 우리 모두가 관심이 있지만, 우리 모두가 침묵하는 한 주제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진다.
7쪽
섹스 문제에 관한 한, 대다수는 자신이 '아주 이상하다'는 쓰라린 생각을 마음속 깊숙한 곳에 품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섹스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이 주제를 다루기 전에, 잠시 섹스에 관한 다른 책을 살펴보자. 많은 섹스에 관한 책들이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우리의 행동을 설명한다.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고대 인류에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서 강간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현대 여성이 호르몬 변화에 따라 아버지와 연락빈도가 줄어드는 데이터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생학교 - 섹스>는 정 반대로 나아간다.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종족 번식을 목적으로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었다는 진화생물학의 관점에 의문을 던진다. 진화생물학은 섹스의 존재 이유는 설명하지만, 우리가 왜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어지는지 행동을 설명해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안으로 철학적, 심리학적 접근을 제시한다.
유년기부터 성장과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태어나서 발가벗은 몸으로 어머니의 살을 파고들며 심장박동 소리를 듣는다. 어머니가 옆에서 필요하던 것을 잔뜩 챙겨주는 시기가 지나면 변화가 닥친다. 우리의 몸은 더 이상 남을 기쁘게 해주지도 못하고, 함부로 내보여서도 안된다. 신체가 성장하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신체접촉을 점점꺼리게 된다. 이제 학창시절이 된다.
36쪽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점차 우리의 존재 자체에 흐뭇해하는 마음이 시들해지고 우리가 뭔가를 잘해야 열광해준다. 이제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우리가 '하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갖는 셈이다. 예전의 선생님들은 뭘 그린 건지 알아보기도 힘든 무당벌레 그림이나, 아무렇게나 휘갈겨놓은 만국기 그림을 보고도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지만, 이제는 시험성적이 잘 나와야만 칭찬해준다.
이후에는 어떨까? 온갖 조언을 듣게 되고, 사람들은 경제적 자립에 따라 우리를 평가한다. 우리는 옷과 헤어스타일에 돈을 써야 하고, 우리 스스로를 점점 부족하고 어설프며, 부끄러움과 불안감을 잔뜩 가진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있는 그대로 인정 받고 싶은 욕구, 다른 사람 품에 안기고 싶은 욕구, 자신의 살 냄새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싶은 욕구로 인해 우리의 열망이 생긴다고 한다.
이러한 열망은 연애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서로를 받아들이는 키스 단계, 수치심을 접는 단계인 옷 벗기 단계, 확실하게 확인 받는 흥분 단계, 사랑을 확인 받기 위해 무례하게 행동하는 단계, 선량함을 확인 받기 위한 페티시즘, 유토피아에 들어가는 것 같은 오르가즘이 그것이다.
책에선 단계 단계마다 철학적, 심리학적 가설과 설명들을 아주 자세하게 풀어서 이야기해준다. 이 글에서는 수치심을 접는 옷 벗기 단계 내용 일부만 소개한다. 다른 썰들에 대해서는 직접 읽어보시도록!
44쪽
수치심은 사춘기부터 생겨난다. 몸이 성숙해져서 육체적으로 섹스를 할 수 있게 되면, 아무한테나 함부로 몸을 노출시켰다간 음탕한 사람으로 취급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면 이떄부터 분열이 시작된다. 사람들 앞에 보이는 평범한 모습의 자아와, 성욕을 품고 있는 내밀한 모습의 자아로 분열되는 것이다. 성적 판타지에서부터 다리 사이의 그곳에 이르기까지, 성인이 되면서 갖게 되는 본성과 관련된 것 대부분은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좀처럼 나눌 수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46쪽
지금 침실에서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각자가 내밀하게 간직해온 성적 자아들이 마침내 죄스러운 고독에서 벗어나, 서로를 받아들이는 행위인 셈이다. 두 사람은 무언가 합의를 한다. 각자의 신체형상과 육체적 열망이 놀랍도록 별나더라도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그리고 한때 너무나도 수치스럽게 여겼던 것들을 수치심 없이 받아들이기로.
여러 단계마다 설명을 보면 의문이 든다. 상대방과 고독과 소외가 극복되는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는 행위인 섹스. 이게 대체 어떤 지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섹스의 문제는 매우 길게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섹스 이후의 일상은 섹스와 현격하게 대비된다. 몇 분 전까지 연인의 몸을 달아오르게 하려고 열중하려고 했던 모습은 일상적인 관심사와 단절된 듯 보인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섹스를 다른 관점, 심리적인 측면으로 주목하면서 출발 할 수 있다.
70쪽
우리의 흥분은 천박한 생리학적 반응이 아니다. 특별한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느끼게 되는 엑스터시다. 그 특별한 누군가는 우리가 가진 가장 큰 두려움을 어느 정도 가라앉혀줌은 물론이요, 공통된 가치관을 바탕으로 삶을 나누는 것까지도 함께 꿈꿀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다음 글은 '우리는 왜 누군가에게 끌릴까'라는 주제로 '누군가'에 주목해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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