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수능을 볼 때, 과학탐구 4과목 중 물리1, 물리2를 선택했습니다.

물리1은 공부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물리2는 시험장에서 거의 찍었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물리 과목을 2개나 선택한 것은 제 스스로와 다른 사람에게, 뭔가 있어 보이고 싶어서였습니다.

 

6년 전. 다른 관점으로 물리학을 만났습니다. 군대에서 만난 EBS 다큐프라임 ‘빛의 물리학’에 감명을 받았고, 이후 다른 여러 교양 물리학 책을 읽었습니다. 그 결과, 제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능장에서 만났던 물리학을 벗어나서, 물리학을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죠.

착각이었죠. 이 책은 물리학이 그렇게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융합은 방법론의 나열이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놓인 테이블 주변에 전문가들이 모인 형상에 가깝다. ‘세상물정’이라는 질문이 놓여 있는 테이블엔 물리학자도 앉을 수 있다. ‘세상물정’에 대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의 귀중함에 주목한다면, 분과학문 사이의 경계를 따져 묻는 일은 부질없다.

- 책의 추천사 중 일부

 

물리학도, 결국은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설명하고,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 김범준 교수님은 ‘통계물리학’을 사용합니다. 통계물리학이란, 한 개 또는 두 개의 입자가 아니라, 그 입자가 이루고 있는 집단에 관심을 가지는 학문이라고 합니다. 입자가 100개 있는 상태를 설명해보고 싶을 떄, 하나의 입자를 설명하여 단순히 100개를 합하는 것보다는 100개 입자의 집단 하나를 통계학을 사용하여 새롭게 설명하는 것이 더 좋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라고 하네요.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것은 그래프들이었습니다. 한 챕터를 담당할 만큼 몇 페이지짜리 글을 한 두 개의 그래프로 잘 요약해낸 부분이 신기했습니다. 최근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이리저리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 그래프 하나하나를 어떤 색으로 또는 어떤 형태로, 어떤 마음으로 표현하면 좋을지,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어떻게 전달될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관계없는 딱딱한 학문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물리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

p.224

 모든 예술 작품은 결국 관계맺음의 문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들 사이의 관계맺음, 그렇게 관계 맺어져 하나의 전체가 된 작품과 그 작품을 보는 사람 사이의 관계맺음. 인상파 화가들의 성공의 절반은 그림을 보는 우리가 만들었다. 이런 방식의 관계맺음에서 결국 예술가가 하는 일이란 작품과 감상자의 관계맺음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맺음의 플랫폼, 즉 ‘감상자가 참여해 뛰어 놀 수 있는 마당’을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그 플랫폼 위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보여지고 무엇을 볼지는 우리가 작품 앞에 마주서기 전에는 결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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