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직후 몇 가지 학기 중 독서목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공강을 시간을 틈틈이 활용하여 최소 2주에 한권의 책을 접하는 것입니다. 마침 존경하는 조원경 작가님이 [디지털혁명 4.0]이라는 책을 내셨고, 긍정적인 평들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자주 보였습니다. 이 책을 사려고 했더니 주말에 근처 서점 여러군데에서 모두 절판 상태였고, 당장 읽을 다른 책이 필요했습니다. 대신 이왕이면 조원경 선생님의 다른 책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대학생이 되면 반드시 알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지식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빅뱅이론, 상대성이론, 진화론. 그리고 노벨상은 받은 사람들은 누구인지였습니다. 다른 여러 가지 이론들은 잘 모르지만 조금이나마 접해봤지만, 노벨상은 양도 방대하고 내용도 어렵기에 접근 자체를 포기했습니다.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 [식탁위의 경제학자들]은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여러 경제학자들의 철학이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이야기를 쉬운 언어로 풀어주어 노벨상 중에서도 어려운 분야인 경제학을 보다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뿐만 아니라 나온지 수십년이 지나 지루할 수도 있는 여러 이론들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다시 적용하는 전개방식에서는 정말 박수가 나왔습니다.
199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의 제도경제학의 생소함 또는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장 티롤의 양면시장이론의 딱딱함을 바로 만나게 하는 대신 재미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왜 산업혁명은 중국이 아니라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 왜 사용료를 내지 않을까”
라고 말이죠.
경제학은 사회문제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로 바라보고, 바람직한 모델을 세워 해결하려고 합니다. 어떤 모델을 왜 그렇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고, 대체 이 모델이 세워질 당시에는 어떤 문제들을 보고 이러한 모델이 세워졌는지, 모델을 세울 당시의 생각이 지금의 문제들이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일은 정말 의미 있는 일 같습니다. 그렇기에 어려워서 이러한 학문을 접해볼 기회를 포기한 저에게, 쉽게 쓰여진 이야기라 더 크게 다가온 듯 합니다.
이 책의 큰 줄기 5개는 삶과 경제의 영혼, 우리가 직면한 도전, 경제와 윤리, 국가 만들기, 기술과 혁신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5개의 큰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22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저마다의 꽃을 피우고 있죠. 이 책을 접하게 되면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각각의 개성이 있는 22개의 꽃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에필로그 중
식탁에 앉아 상념에 빠져든다.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은 무기력해진 세계경제를 바라보며 우리가 죽은 경제학자의 노예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을 토로한다. 성장을 해도 고용이 늘지 않고 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려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어느정도 일리있게 들린다.
(...중략...)
섬 저 멀리에서 깜빡이는 불빛들이 보인다. 어둠을 밝히는 불빛들은 저마다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듯 속삭이며 말을 건다, 날이 밝으면 사라질 운명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우리는 저 불빛처럼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용기를 가지고 있는지 조용히 내 자신에게 물어 본다. 우리가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런 사랑하는 마음을 되새기며 어둠을 가르고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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